국립현대술관 덕수궁 -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

2021. 5. 13. 20:44전시

그림 같은 시
시 같은 그림

1930~50년 일제감정기, 광복, 6.25전쟁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미술가와 문학가들의 만남과 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데요. 글자와 그림이라는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으면서 시대적 우울을 수준 높은 작품으로 탄생시켰습니다.



전시는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.

1전시실 : 구본웅, 정지웅, 이상 등의 문학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.
2전시실 : 1920~40년대 삽화가, 문인들의 시를 엮은 인쇄본을 스탠드 밑에서 둘러 볼 수 있어요.
3전시실 : 화가와 문인들의 교류를 중점적으로 펼쳐집니다.
4전시실 : '화가의 글과 그림'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여섯 화가들의 작업을 조명합니다.


스탠드 불빛 곁에 서서 인쇄물을 직접 넘겨가며 살펴 볼 수 있습니다. 마음이 끌리는 곳에 서서 찬찬히 둘러보면 좋을 것 같아요.


이상은 다방 '제비'를 열어 예술가들의 뜨거운 토론의 장을 벌였다고 해요. 성수동에 있는 제비다방이 여기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일까요? 제비다방에서 다양한 분야의 음악, 예술가들이 모이고 공연을 하고 있으니 아마 맞는 것 같죠?!


자비로 100부만 한정 출판한 백석의 유일한 시집입니다. 요즘으로 치면 독립출판물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- 본문은 겹장의 한지로 마련하고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꾸밈을 하지 않아 매우 고급스럽습니다.


책 내부는 영상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. 케이스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. 수집가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어하는 시집으로 현재 십여 책 가량이 확인된다네요.


구본웅의 거친 붓 터치로 파도를 형상화한 임화의 첫 시집.


이중섭이 김상옥의 출판기념회 방명록에 그린 닭과 게 그림.


시인이자 사업가로 문예인들의 후원을 했던 김광균이 사무실 벽에 걸어 두었던 작품입니다. 큼직하고 둥그런 보름달 아래, 바닷가의 배들 또한 달과 같이 두둥실 떠 있습니다. 전쟁기에 제작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, 풍부한 서정성을 담은 작품입니다.


김환기 화백은 유명한 문학 애호가죠. 문학을 공부하려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을 정도라고 해요. 관련 책들 속 수필들만 봐도 감수성이 무척 풍부하다는 게 느껴집니다. 시인들과도 가깝게 교류했다고 합니다.


관계맵에서 볼 수 있듯이 김환기는 문인과 화가들을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했습니다. 보면서 환기님 핵인싸였구나 했어요.ㅎㅎ


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마음에 드는 엽서를 골라 글과 그림을 적어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. 저는 최재덕, <포도> 그림을 모작으로 해서 티켓팅 걱정을 담아 봤어요.

이건 걸려 있던 글과 그림인데, 현대인의 고단함이 매우 와닿습니다. ㅎㅎ 덕수궁 야간개장도 마침 하고 있으니 전시가 끝나기 전에 방문해보시기를 권해봅니다.


<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>

일정: 5월 30일(일)까지 (월요일 휴관)
장소: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
요금: 무료 (덕수궁 입장료는 별도)
*예약 필수